
2025년 10월호 PIE에서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랭플릭스’를 창업해 운영하고 계신 안상민 님(19학번)을 인터뷰이로 모셨습니다. 안상민 님은 학부 시절부터 창업에 도전하며 서비스 개발과 팀 빌딩을 직접 이끌어 왔는데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창업을 하게 된 계기, 창업 과정에서의 보람과 어려움, 스타트업만이 줄 수 있는 성장 경험 등을 솔직하게 들려주셨습니다.
특히 ‘랭플릭스’의 핵심 기술과 서비스 방향성,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산업공학도의 다양한 진로 가능성을 보여주셨습니다. 전 세계로 나아가는 영어 학습 플랫폼을 꿈꾸는 안상민 님의 창업 여정을 함께 만나러 가볼까요?
Q1.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산업공학과 19학번 안상민이고, 2학년까지 재학 후 현재 휴학 중입니다. 세타원(ThetaOne)이라는 회사를 창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Q2-1. 창업하신 세타원(ThetaOne)이라는 회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인공지능 논문을 읽어 보면 모델의 파라미터* 값을 보통 세타(θ)로 표현합니다. 연구자들이 세타 값을 조정하며 가장 높은 성능의 모델을 찾듯, 저희도 교육 분야에서 최적의 AI 모델과 방법을 탐구하겠다는 의미에서 ‘세타원(ThetaOne)’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현재는 ‘랭플릭스(Langflix)’라는 영어 교육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 파라미터(Parameter): 인공지능 모델의 동작을 결정하는 값. 학습을 통해 조정되는 가중치나 계수를 뜻하며, 모델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줌.
Q2-2. 회사에서 담당하고 계신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세타원의 코파운더(co-founder)이자, 직책명으로는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 팀원들의 직책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다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데요. 저도 최근에는 AI 분야 중심의 프로젝트 매니징과 개발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Q3-1. ‘랭플릭스’라는 서비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저희가 처음으로 시작했던 서비스는 ‘메타버디’라는 앱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렸을 때부터 듣던 이야기 중 “원어민과 대화하기가 어려워서 인천공항에서 외국인을 붙잡고 영어를 연습했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마침 회사를 창업하게 된 당시에 ChatGPT가 처음으로 공개되어서 유명해지던 시기였어요. ChatGPT가 영어를 너무 잘하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영어 회화를 위해 원어민이 필요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를 정말 잘 아는 원어민 친구를 한 명 만들어주자’라는 콘셉트로 메타버디를 개발했습니다. 사용자의 취미나 대화 기록을 기억하면서 친구처럼 대화를 이어 나가는 방식으로 영어 공부를 진행하도록 하는 앱이었죠.
저희는 1년 정도 이 서비스를 운영하다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스픽’과 같이 대규모 자본력을 가진 경쟁사가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고, 콘텐츠 기반 회화 AI 앱들이 많이 나오면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회사가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할지, 꼭 에듀테크에 남아 있어야 할지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비전과 아이디어를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메타버디를 만드는 과정에서 YBM이나 LG 같은 기업들과 협업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저희가 쌓아온 인사이트가 대부분 교육 쪽으로 쌓여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교육 분야에서 나오게 되었고, 지속적으로 에듀테크 방향의 아이디어들을 탐구해 나갔습니다.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을 반복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영어 학습자 중 상당수가 미국 드라마나 영화 대본으로 공부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점을 노리면 시장에서 확실한 반응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여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 ‘랭플릭스(Langflix)’입니다.
Q3-2. ‘랭플릭스’가 기존 영어 회화 학습 서비스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존 영어 학습 앱 사용자분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시는 어려움은 동기부여의 부족, 그리고 꾸준한 학습의 어려움이에요. 사실 당연한 것이, 원래 공부는 재미가 없잖아요. 저희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영어 학습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은 영상 콘텐츠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미드나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하잖아요. 스토리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에, 영상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랭플릭스’ 서비스의 핵심이죠.
‘랭플릭스’의 학습 흐름은 이렇습니다. 먼저, 앱에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중요한 숙어나 단어들을 플래시 카드 형식으로 예습합니다. 카드를 넘기면 특정 표현이나 뉘앙스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죠. 이후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노트북에서 실제 넷플릭스 영상을 볼 때 이중 자막을 띄우고, 예습했던 표현들이 자동으로 하이라이트 되며 시청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시청한 후에는, 앱으로 돌아와 복습 퀴즈를 풀며 표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구조예요. 며칠 연속으로 공부를 했는지 알려주는 불꽃(streak) 기능이나, ‘말해보카’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복습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는 콘텐츠만 지원하고 있는데, 저작권 제약이 있는 만큼 앱 자체에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어렵단 말이죠. 그래서 현재는 개선 사이클을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앱 내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확장 중입니다. 핸드폰 내에서 예습–시청–복습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F1 관련 영상과 같이 넷플릭스에서 유행하는 콘텐츠가 있으면 유저 반응이 빠르게 오는데요, 얼마 전 매크로 인플루언서*분들과 협업하여 마케팅을 진행하였을 때 앱스토어 교육 카테고리 2위까지 올라간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사용자들이 확실하게 반응해 주는 것을 보면서, 기존 앱들과 분명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팀도 더 큰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매크로 인플루언서: 10만~1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Q4. 학교를 2학년까지만 다니고 창업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원래부터 창업을 꿈꾸셨는지, 아니면 특정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창업을 이렇게까지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대기업에 들어가 경험을 쌓고, 언젠가 창업을 해보자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죠. 그런데 군 복무 중 지금의 코파운더를 만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공군에 있을 때 생활관 사지방(*사이버 지식 정보방; 부대 내 PC방을 뜻함)에서 혼자 AI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AI 코드를 짜고 있는 사람이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실력이 좋아 보이셔서 제가 먼저 “김찬우 상병님 (코파운더), 저 한 번 알려주실 수 있나요?”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때부터 같이 카페에 가서 논문을 어떤 순서로 읽으면 좋은지 가이드를 받았고,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그 친구는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서 창업 문화에 익숙했고, 이미 정부 지원 사업도 많이 찾아 두었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라면 한번 같이 해봐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제가 군 복무 중에 ‘오렌지 플래닛*’에 합격하게 된 거예요. 전역 전부터 휴가를 내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역삼역 근처에 사무실이 지원된다는 것이 매우 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전역 후에도 오피스를 그대로 쓸 수 있었고, 코파운더가 미국에서 에인절 투자자들에게 초기 투자금도 확보해 둔 상황이어서 ‘잃을 게 없다’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미래에 대한 큰 그림보다는, 사무실과 자금이 있는 상황에서 그냥 부딪혀보자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 오렌지 플래닛: 스마일게이트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Q5. CTO로서 PM* 역할과 AI 개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계신데, 두 가지를 병행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나요?
원래는 PM 역할을 담당하던 분이 따로 계셨는데, 제가 현재는 그 역할까지 함께 맡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MBTI가 J이기도 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PM 역할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희는 보통 팀별로 3~4주 단위의 ‘사이클’이라는 기간을 정해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해 나가면서 프로덕트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그 사이클 안에서 큰 마일스톤을 세우고, 팀별 계획을 점검하며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업무는 제 성향과 잘 맞아서 오히려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인원이 7명 정도라서 사실상 한 사람이 한 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크게는 기획, 디자인, 마케팅, 개발, AI 등으로 팀이 나뉘어 있지만 대부분의 직원이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 PM(Product Manager):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관리하는 역할.
Q6. 학부 때 배운 산업공학 지식 중 실제 스타트업 운영에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다니던 시기에는 산업공학과 커리큘럼에서 AI에 대해 본격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학부 수업에서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건 기본 파이썬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군에 입대하였는데, ‘파이썬을 완벽하게 배워서 나오자’와 ‘AI 공부를 해서 나오자’였습니다. 군 생활 중에는 백준 기본 문제들을 파이썬으로 풀면서 문법을 정확하게 아는 데에 집중했고, AI는 책을 몇 권 사서 따라 해보는 방식으로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실력이 많이 늘었던 건 책으로 공부할 때 보다는, 코파운더와 함께 실제 프로젝트를 해보면서였어요. 특히 허깅페이스*에 트랜스포머* 레포*를 클론*해와서 그 구조를 분석하며 배웠던 게 엄청 많았던 것 같아요. 결국 지금 AI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던 기반은 학부 때의 파이썬 기초 수업과 이후의 프로젝트 경험이 결합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허깅페이스(Hugging Face): AI 모델과 데이터셋을 공유·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중심 플랫폼
* 트랜스포머(Transformer): 어텐션 메커니즘으로 동작하는 최신 딥러닝 모델 구조
* 레포(repo): repository의 줄임말, 코드, 문서 등을 저장, 관리하는 공간
* 클론: 원격 저장소에 있는 코드를 내 컴퓨터에 복사해 오는 것
Q7. 산업공학과 학생이 AI나 스타트업 분야에서 커리어를 만들고 싶다면 어떤 역량을 먼저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저는 원래 AI나 파이썬만 다루고 개발은 전혀 못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저희 개발팀에서 AI 개발 보조 툴인 Cursor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개발 문화가 많이 바뀌었고, 팀원들 사이에서 “Sean(제 영어 이름)도 개발할 수 있겠는데?”라는 얘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팀원들의 도움으로 환경 세팅을 받은 뒤, 자잘한 버그나 오류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Cursor에게 요청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은 오류를 해결하다 보니 점점 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었고, 결국 프론트엔드 작업에서 시작해 백엔드 엔드포인트 수정이나 DB 작업까지 다뤄보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언어 간의 장벽이 무너졌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는 AI를 파이썬으로 공부하면서 백엔드나 DB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 정도의 배경지식만 있어도 AI가 생성한 코드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었죠. 이제는 코드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빠르게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자신 있게 뭐든지 우선 해보라’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최근에는 Lovable 같은 바이브 코딩 툴을 활용하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상품에 대한 PoC(Proof of Concept)를 만들고, 바로 출시해서 사용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일단 만들어보고, 사용자 트랙션(traction)이 보이면 그때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됩니다. 뭐든지 그냥 해보기 쉬운 시대가 왔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Q8. 돌이켜봤을 때 학부 시절에 꼭 경험해 보길 권하는 활동(연구, 대외 활동, 프로젝트 등)이 있을까요?
저는 1학년 시기에 조금 후회가 남는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듯 살아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도 대학에 들어간 순간 뭐라도 된 듯, 인생이 잘 풀릴 것 같은 착각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학년 때에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제대로 놀지도 못했어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술자리에 많이 참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알바를 열심히 하면서 모은 돈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간 정도였습니다. 하나에 집중하지 못했던 게 아쉬워요.
제가 군대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경험을 학부 시절부터 더 일찍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학부 때 저도 제 동기들과 경진대회에 참가하였었는데, 대회에 참가하는 수준에서 조금 더 확장하여 직접 무언가 만들어 배포해 보는 경험, 즉 일종의 스타트업 문화를 일찍 접했더라면 더 많이 배웠을 것 같아요. 다시 돌아간다면 그런 경험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Q9-1. 현재 창업가로서 가장 보람 있거나 재미있는 순간, 그리고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원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장 즐거운 순간도 그 성향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어렸을 때 건담이나 레고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아침에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눈이 절로 떠졌던 순간이 있는데, 바로 조립하지 않은 건담이나 레고 상자가 침대맡에 놓여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는 설레는 마음에 저절로 일어났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경험을 돌아보면, 저는 본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또 제가 만든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칭찬받는 것도 즐겁지만, 그것을 실제로 누군가가 사용하면서 만족감을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메타버디나 랭플릭스 프로젝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저와 팀이 만든 앱을 사용한 유저들이 “너무 좋다”, “이 앱 덕분에 영어 공부가 많이 된다”라는 피드백을 주었을 때 정말 큰 기쁨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Q9-2. 그럼 반대로 힘든 순간은 어떤 게 있었나요?
제일 힘들었던 시기는 아무래도 메타버디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을 때였습니다. 그때 저는 코파운더와 함께 팀에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뚜렷한 방향을 정할 수 없는 상황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원래는 “우리는 이렇게 할 것이다”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팀원들이 집중할 수 있는데, 그걸 쉽게 정하지 못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자금 문제까지 겹쳤습니다. 팀원들의 월급 지급 문제, 심지어 팀 규모 축소까지 고민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다 잘 마무리가 됐네요.
네, 지금은 그래도 랭플릭스라는 방향성이 잘 잡혔고, 그 이후로 투자를 더 받았으며 현재는 정부 사업도 진행 중이라 재정적으로 훨씬 여유로운 상황입니다.
Q10. 앞으로 회사 운영이나 개인적인 커리어 측면에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먼저 회사 측면에서 말씀드리면, 랭플릭스는 현재 유튜브 콘텐츠를 앱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이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세계화(globalization), 즉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확장하는 사이클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국제 시장에 비하면 시장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랭플릭스를 하루빨리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희 팀이 늘 존경하며 “우리도 이런 앱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서비스가 바로 듀오링고입니다. 그래서 그런 앱을 만드는 것이 서비스적인 측면에서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커리어 목표로는, 저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관여하고 싶습니다. 시니어가 되더라도 지금처럼 직접 코딩을 하지는 않겠지만, 기획적 관점에서든, 아니면 전체적인 프로덕트를 매니징하는 PM 역할에서든, 결국 사람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과 관련된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Q11-1.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창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낀 점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직접 내려보고 실행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개발을 많이 한 사람도 아니고, 코딩 경험도 풍부하지 않았습니다. 학부 시절 파이썬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였는데, 그런 제가 창업을 하면서 CTO 역할을 맡게 된 것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앱을 직접 배포하고, 서버를 운영하면서 다운되기도 하고 확장도 해보고, DB 구조를 바꿔보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일반 기업에 취직했다면 누가 저를 믿고 그런 중요한 업무를 맡겼겠습니까?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책임이 따르기는 해도, 그 속에서 스스로 비중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보고 직접 실행해볼 수 있었던 것이 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성장의 방향성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 취직하면 큰 조직이 운영되는 체계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을 테고, 스타트업에서는 또 다른 배움이 있습니다. 저는 특히 스타트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정부 지원 사업도 잘 마련되어 있고,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꼭 한 번은 재미 삼아라도 좋으니 무언가를 만들어서 배포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고 값진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11-2.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회사를 언제까지 운영하실지, 또 대학교는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사실 “학교를 자퇴한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자퇴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고졸 신분으로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업은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다만 복학을 하게 되면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수업에 쏟아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성장할 수 있을 만큼 회사를 키워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졸업은 하되, 그 전에 회사를 충분히 성장시켜 안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계획입니다.
참관질문 1. 산업공학과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과를 선택하셨나요?
저는 처음에 컴퓨터공학과와 산업공학과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 같아요. 컴퓨터공학과는 왠지 밤새면서 핫식스를 마시고 코딩만 하는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지금은 실제로 그렇게 일하고 있긴 하지만요.)
반면 산업공학과는 흔히 “공학의 오케스트라”라는 말이 있고, 산업공학과 출신 CEO 분들도 많잖아요. 저는 그때부터 CEO라는 역할 자체를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산업공학을 배우면 조금 더 넓은 숲을 보면서 전체를 매니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결국 산업공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참관질문 2. AI 모델을 개발할 때, 사용자 경험이나 정량적인 성과 평가는 어떤 기준을 사용하시나요?
예전에 메타버디를 운영할 때는 챗봇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친구 같은 존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사용자가 어떤 부분에서 대화의 즐거움을 느끼고, 또 언제 지루하다고 판단하는지를 가늠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워낙 다양한 챗봇 서비스가 등장하다 보니, 기존 챗봇 서비스에 플러그인처럼 연결해 임베딩* 기반으로 검색할 수 있는 도구들이 생겼습니다. 마침 저희 코파운더가 그쪽 창업자를 알고 있어 실제로 도입해본 적이 있는데, 예를 들어 사용자가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한 사례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델이 같은 질문에 반복적으로 답하지 않도록 학습시키고, 이를 챗봇 프롬프트에 휴리스틱*하게 반영할 수 있었죠. 챗봇을 만들 때는 그런 방식으로 성과를 측정했습니다.
요즘에는 직접 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오픈AI AP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각 프롬프트별로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메트릭*을 설정해 성능을 평가하거나, 필요하다면 오픈AI 모델을 파인튜닝*해서 사용합니다. 결국 핵심은 메트릭을 얼마나 잘 설정하느냐이고, 저는 그렇게 설정된 메트릭을 기준으로 성능이 잘 나오는 모델을 선택해 활용하는 편입니다.
* 임베딩(Embedding): 텍스트나 데이터를 숫자 벡터 형태로 변환해, 의미적으로 비슷한 것끼리 가까이 놓이도록 표현하는 기술. (예: “강아지”와 “고양이”는 가까이, “강아지”와 “자동차”는 멀리)
* 휴리스틱(Heuristic): 경험이나 직관을 바탕으로 한 간단한 규칙이나 방법.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때 쓰이지만, 항상 최적의 답을 보장하지는 않음.
* 메트릭(Metric): 모델의 성능을 수치로 평가하기 위해 설정하는 기준이나 지표.
* 파인튜닝(Fine-tuning): 이미 학습된 AI 모델을 특정 목적이나 데이터에 맞게 추가로 학습시켜 성능을 개선하는 방법.
참관질문 3. 교육 기반 서비스인 만큼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요소일 것 같습니다. 두 분 모두 공학 전공자이신데, 에듀테크 관련 배경이 없으셨을 텐데요. 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거나 제작하셨나요?
현재 랭플릭스의 콘텐츠는 대부분 단어나 숙어 자체가 됩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 한국에서 영어 교육을 받으며 숙어나 표현을 많이 배웠는데, 그 경험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영어 텍스트 속에서 단어나 숙어를 자동으로 추출해 사용자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구성했습니다.
랭플릭스의 핵심 AI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콘텐츠 자동화 파이프라인’입니다. 어떤 영어 텍스트가 들어오더라도 그 안에서 단어나 숙어를 자동으로 뽑아내는 에이전트*가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어와 숙어의 퀄리티 관리입니다.
특히 숙어는 기준이 애매할 수 있는데, 팀 내부적으로 기준을 정해 “어떤 표현까지 숙어로 볼 것인가”를 합의했습니다. 그 기준에 맞는 단어나 숙어가 정확하게 추출되도록 신경 쓰고 있으며, 의미가 잘 드러나는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에이전트(Agent): 특정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된 AI 프로그램이나 시스템.
참관질문 4. 팀원이 8명 정도 된다고 하셨는데, 모두 공동 창업자이신가요? 다른 팀원들은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19학번 산업공학과 동기 한 분이 계셔서 현재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팀원들은 채용 플랫폼을 통해 합류했습니다.
구성은 디자이너 한 분, 사용자와 소통을 담당하는 분 한 분, 개발은 저와 코파운더 외에 개발자 한 분이 더 있고, AI를 좀 더 깊이 리서치하는 분, 그리고 재무·회계를 관리하는 분까지 포함해 현재 총 8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참관질문 5. 랭플릭스를 이용했을 때 영어 실력이 얼마나 향상되는지에 대한 결과가 있나요?
아직까지는 그 부분을 본격적으로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사용자가 이 앱을 통해 단어나 숙어를 얼마나 수집했는지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정량적으로 “이만큼 영어 실력이 늘었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훨씬 좋을 텐데, 그 기능은 아직 구현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참관질문 6. 다른 코파운더분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계신데, 그분도 휴학 후 전념하고 계신가요?
맞습니다. 다만 서울대에는 창업 휴학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는데, 코파운더가 다니는 학교에는 그런 제도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복학을 하게 된다면, 아마 한 명씩 번갈아 가며 다녀올 것 같습니다.
참관질문 7. 랭플릭스는 월 구독 개념으로 사용료를 내는 서비스인가요, 아니면 무료로 이용하다가 일부 기능에만 비용을 지불하는 형식인가요?
현재는 유료 모델이 거의 없고, 모든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확장을 위해 많은 사용자를 모으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후 유료 모델을 도입한다면, 기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특정 AI API가 적용되는 기능에만 구독 기반 유료 모델을 붙이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참관질문 8. 하루 루틴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 출근 시간은 비교적 여유로워서 보통 11시까지 출근합니다. 이후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운동을 한 뒤 집에 가서 다시 일을 이어가는 편입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참관질문 9. 랭플릭스를 사용하다가 피드백을 남길 수 있는 창구가 따로 있나요?
저희는 채널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아직 안정화 단계는 아니라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제보해 주시면 바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피드백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고, 주변에 영어 공부에 관심 있는 분들께도 많이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관질문 10. 시청은 넷플릭스에서 하고, 이중 자막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숙어 등을 앱에 추가하는 것이 주요 기능인가요?
맞습니다. 넷플릭스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연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앱에서 직접 시청은 불가능하고, 노트북을 활용해야 합니다. 다만 유튜브가 추가되면 하나의 기기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참관질문 11. 미드를 하나를 고르면 난이도별로 단어가 달라지나요?
맞습니다. 난이도에 따라 단어와 숙어가 달라집니다.
참관질문 12. 넷플릭스 안에만 있으면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는지는 상관이 없나요?
유명한 콘텐츠는 대부분 지원하지만, 모든 작품이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참관질문 13. 모든 미드 영상 자료에 대해 콘텐츠가 제대로 반영되는지 크로스 체크가 되나요?
예를 들어 어떤 장면의 문장에서 숙어가 탐지되었을 때, 그것이 정확한지 아닌지를 사람이 모두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AI를 활용해 정확도를 최대한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 생성하고 검증하기 시작하면 속도와 비용 면에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AI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생회 best:ie 홍보소통팀
*위의 인터뷰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NU.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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