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2025년 8월 PIE 54장 <미시간대학교 박사과정 정혜선님>

2025년 PIE

by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생회 소통팀 2025. 8. 6. 17:00

본문

2025년 8월호 PIE는 미시간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계신 정혜선님을 인터뷰이로 모셨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 공업디자인, 경영학을 함께 전공하며 인간공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나갔던 정혜선 님께서는, 현재 미시간대학교 산업공학과 ICRL랩에서 인간-AI 상호작용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인간공학과 관련된 연구와 경험, 해외 박사과정 진학을 둘러싼 고민과 준비 과정, 그리고 산업공학과 학부생들을 위한 조언까지 솔직하게 들려주셨습니다.

 

인간공학, UX, HCI에 관심 있는 산업공학도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14학번으로, 학부 시절 산업공학, 공업 디자인과 경영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이후 산업공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2022년 8월부터는 미시간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Q2. 산업공학 이외에도 경영학이나 디자인, 공업 디자인도 같이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다양한 전공을 선택하기까지의 고민과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향한 공부에 관심이 많았기에, 학부 2학년 시절 들은 인간공학 수업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사람에 대해 더 공부하고, 인간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인간공학이 제가 그리는 세상에 부합하는 전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산업공학을 전공하며, 시스템을 설계할 때 낭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에는 깊이 공감했지만, 그 구체적인 적용까지는 경험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갈증을 느껴 학부시절 전공 수업에서 배운 원리를 이용하여 직접 더 나은 제품이나 공간을 설계해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쪽 전공은 산업공학과와 중복 인정되는 과목이 없어서, 디자인을 전공하며 총 189학점을 이수하게 되었는데요. 많은 수업을 듣느라 고생하긴 했지만 결국 공업 디자인(현재의 산업 디자인)은 사용자 조사 등의 방법을 기반으로 하여 논리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산업공학과 같은 맥락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미술대학과 공과대학의 차이점으로 인해 적응하기 어려웠던 때도 많고 어색함이나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많은 교훈을 얻었으며,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에, 미대를 전공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는 인간공학 지식을 접목하여 제품을 개발하는 실력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러나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한 분야를 확실히 터득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3. 학부 시절에 UX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였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부생 연구 지원 사업을 통해 제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고령인의 키오스크 사용성 개선’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채널에서 햄버거 주문의 어려움을 다룬 컨텐츠가 뉴스화 되면서 고령인의 키오스크 사용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에서 주문 시스템이 대부분 키오스크로 바뀌는 시점에서 저는 키오스크를 고령인 분들께 친숙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노인 분들을 직접 모집하여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으시는지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 뒤에서 사람들이 기다릴 때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나, 사용 방법을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데 빨리 주문을 해야 하는 분위기 자체가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사용 환경 디자인을 개선하려고 하였습니다. 키오스크의 옆이나 뒤에 칸막이를 설치하였을 때 노인 분들이 키오스크를 보다 더 쉽게 사용하실 수 있는지 테스트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가 스스로 생각한 주제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모집하여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실제로 제작하여 전시까지 할 수 있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4. 인간공학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를 수 있는 학부생들을 위해 인간공학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모두 잘 아시는 것처럼, 산업공학은 사람이 속한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을 더 좋게 만들자는 대주제를 갖고 있습니다. 워낙 다양한 시스템, 제품 등이 그 세부 주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공학의 영역이 넓다고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국가나 기업의 생산 시간 단축이나 생산량 극대화와 같이 보다 더 거시적인 조직 차원의 주제가 있을 수 있고, 한 사람 단위로 내려와 개개인의 효율과 만족도 등까지 고려하자는 인간공학 중심의 주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어느 주제든 사용하는 통계 기법이나 문제 해결 방법은 동일한데, 구체적인 목적함수의 성격과 데이터의 종류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공학이 사람의 삶을 보다 더 개선하는데 초점을 둔 산업공학 내 한 분야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사람이 더 효율적으로 잘 살 수 있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항의 스케쥴링을 최적화하여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적은 대기 시간으로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하는 것이 큰 단위의 집단을 생각하는 방식이라면, 인간공학은 한 명 한 명에게 초점을 맞춰, 공항에 들어서 체크인하고 비행기 좌석에 앉기까지 가장 최적화된 동선과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기 위해 공간, 의자, 키오스크 인터페이스 등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합니다.

 

인간공학은 디자인과도 관련이 있고, 심리학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등 다른 분야의 지식이 수반되기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세상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다른 학문과의 융합이 필요한 산업공학처럼, 인간공학은 심리학과 같이 인간과 관련된 분야와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진입 장벽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데이터의 가용성과 종류입니다. 기업 데이터나 시스템 데이터는 대용량으로 마련되어 있어 통계 기법을 적용하기 좋지만, 사람에 대한 비정형 데이터는 분석이 조금 더 까다로운 것 같습니다. 또한, 인간공학은 데이터를 직접 수집해야 하는 실험 설계 부분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이나 시스템 데이터는 이미 많은 소스가 있어 수집 방법까지 자세하게 배울 필요는 없지만, 인간 데이터는 주제에 따라 처음부터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므로 그 앞단의 과정이 이 분야를 동떨어져 보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Q5. 최근에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포함한 다양한 비인간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인간공학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이 질문을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측면은 LLM을 하나의 상호작용 대상으로 보고, ‘인간공학이 사용자-LLM 상호작용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 측면에서는 전혀 새로운 부분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인간공학은 늘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던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상이 ChatGPT와 같은 새로운 LLM 모델이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공학은 작업적 관리, 공장 작업자의 실수 및 사고율 감소, 편안한 의자 제작 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가구,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기술 문명에 맞춰 발달해왔습니다. 더 나은 의자를 만드는 고민은 이미 많이 알려진 부분이지만, 나아가 사람들과 더 상호작용을 잘할 수 있는 AI 모델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풀어나갈 영역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연구 주제가 더 많아졌다고 봅니다. GPT의 등장과 급속한 확산으로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다르게 사용할지에 대한 질문 등 알아가야 할 문제들이 많아졌습니다.

 

두 번째 측면은 ‘LLM의 등장으로 사람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인간공학에도 적용되는가에 대한 점입니다. 예를 들어, FGI 등 사용자 조사를 수행하는 LLM 상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용자 조사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특정 페르소나를 입력하면, 실제 사람처럼 답변하는 LLM을 개발하여 현존하는 과정을 대체하려고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들의 수요가 대체될 수 있는 것처럼, 인간공학자의 역할 역시 모델 설계에 따라 대체될 수 있다는 위협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상황일수록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미묘한 뉘앙스에 대해 더 성찰해야 하며, 따라서 인간공학자의 역할이 더 심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적으로 미묘한 부분까지 모델이 학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모델이 쉽게 판단하고 분석하기 어려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 무엇인지 탐구해야 하는 과제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수학 문제를 풀 때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방해가 되는 것과 같은 선형적인 관계의 데이터는 LLM도 충분히 생성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비이성적인 면이나 미묘한 감정 등은 쉽게 재현해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빠른 발전 속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모두가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간공학은 더욱이 인간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학문이기에 이러한 철학적인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6. 대학원, 특히 박사 과정에 진학하게 된 계기나 당시에 고민이 있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원래는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학부가 제 인생 공부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을 다 배워 사회에 유용한 사람이 되자는 생각으로 학부 생활을 열심히 했습니다.

 

졸업 후 어떤 직종에 가야 할지, 무슨 일을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두 군데에서 인턴십을 경험했습니다. 먼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서 리서치팀 인턴으로 반 년간 일했고, 다음으로는 배달의 민족에서 데이터 분석팀 인턴으로 3개월 정도 근무했습니다. 인턴십을 통해 저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인턴 직무를 하면서 저는 아직 하나의 도메인에 몰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관심사가 많아 다양한 도메인들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특정 회사의 서비스나 상품에 집중하는 것이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서비스나 상품이든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으로 실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근본적인 실력을 자유로운 환경에서 키울 수 있는 곳이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대학원에 가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성격상 회사에서 근무를 하면 가장 큰 목표가 회사의 매출이나 이윤 극대화에 맞춰지는 것에 큰 공감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면 서비스가 편리해야 하고 사람들이 만족해야 하므로 인간공학적인 고민도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에 대한 궁극적인 목적이 회사의 이윤 극대화라는 점에 동의하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래부터 좋아했던 분야인 인간공학 대학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7. 현재 계신 ICRL랩에서 진행 중인 랩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현재 진행 중이신 연구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현재 속해 있는 연구실 이름은 ICRL(Interaction and Collaboration Research Lab)입니다. 이 연구실은 사람들이 자율 시스템이나 각종 기술을 사용할 때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이해하여 더 개인에게 맞춰진기술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사람이 새로운 기술, 로봇, AI 등을 어떻게 인지하고 판단하는가’에 있기 때문에, 연구실 전반적으로 ‘Human trust in automation’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GPT 등과 같은 AI 모델의 답변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그리고 그 신뢰도에 따라 과도한 사용 습관이나 지나친 조심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모델링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주로 연구된 인간-기술 1대1 상호작용을 다대다 상호작용으로 확장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즉, 여러 명의 사람과 여러 명의 에이전트(기술)가 상호작용하는 팀에 관심이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도 다양하고 에이전트들의 성능도 다양하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페어의 상호작용이 다른 페어에게 어떻게 영향을 줄지를 탐구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세 명의 사람이 한 팀이라고 생각했을 때, 제가 A이고 B는 일을 잘하지만 C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가정해봅시다. C를 싫어하기 때문에 B에게 더 집중해서 일할 수도 있고, 혹은 C에 대한 비호의 감정이 B에 대한 감정에도 영향을 미쳐, 혼자 개인 플레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C에 대한 평가를 배제한 상태로 B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다대다 인간-기술 상호작용으로 확장해보면, 에이전트 1은 성능이 우수하고, 에이전트 2는 오류가 많다고 가정했을 때, 에이전트 1 또는 2의 성능이 또 다른 에이전트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와 그러한 오류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로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 모델을 수립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기본적으로 자율 시스템을 주제로 보는데, 실존하는 기술은 데이터를 얻기도 어렵고 변수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 테스트베드(*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 등을 실제 환경이나 유사 환경에서 시험하고 검증하기 위한 공간이나 시스템을 의미)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연구 주제에 따라 어떤 시스템을 설계할지 고민하여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다른 개발자와 협력하여 함께 설계합니다. 다양한 테스트베드를 만들어보고 직접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 이 연구실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설계된 테스트베드로 인간-기술 상호작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인간공학 실험은 아무래도 표본 크기가 크지 못하다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일정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 후에는 시뮬레이션까지 함께 진행하여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8. 현재 연구 주제를 정하는 데 학부에서나 혹은 대학원에서의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광범위하게 사람과 기술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있었고, 사람이 더 편하게 기계와 상호작용하려면 기술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폭넓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구실들을 찾아보면서 저의 관심사와 부합하는 연구 청사진을 가진 연구실을 찾아서 지원했습니다. 운이 좋게 제가 들어올 수 있었던 연구실 교수님께서 ‘Human trust in automation’ 주제로 왕성한 연구를 진행해 오셨고, 이를 다대다 상호작용으로 넓혀가는 과정에 제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할수록 지금까지 경험하고 고민해왔던 부분들과 잘 합치한다고 생각합니다.

 

Q9. 박사 과정생으로서의 일상적인 루틴이 어떻게 되는지, 또 미국 생활에서 인상 깊었던 경험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박사 과정은 독립적인 연구자(Independent researcher)가 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박사 과정 입학 전에 교수님들께 '어떤 학생을 원하시는지', '좋은 박사 과정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질문했을 때, 공통적으로 ‘처음 1년 동안은 밀접하게 지도하겠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문제를 가져와 해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라는 답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몸소 깨닫고 있는 루틴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실현하고자 그에 맞는 루틴을 만들며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나와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이곳에서는 저 자신과 연구 말고는 크게 신경 쓸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이 많은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여 연구를 해 나갈지는 오롯이 저의 몫이기에, 독립적인 개체로서 시간을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규칙적인 루틴을 만드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위한 시간도 마련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땅이 넓고 인구 밀도가 낮아 여유로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곳도 다른 곳보다는 도시라고 불리지만, 높지 않은 산이 많아 야생동물을 많이 봅니다. 운전하다가 야생동물이 길을 막고 있어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부분들이 처음에는 재미있었습니다.

 

Q10. 선배님께서 연구하고 계신 인간 공학 분야나, 혹은 UX나 HCI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부생들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지 또 어떤 경험을 해보면 좋을지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UX나 HCI 분야에 관심 있는 학부생들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사용자 경험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역할이 필요합니다. 사용자 조사 계획 수립, 실제 조사 및 데이터 수집, 분석, 그리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하는 역량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또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애플이나 테슬라의 혁신처럼 좋은 제품은 반드시 조사 결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영역을 모두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강점이 있고, 한 사람이 모든 과정을 다 즐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루한 사용자 조사나 데이터 분석 과정을 싫어할 수 있고, 데이터 분석을 잘하는 사람은 갑자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을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각자 맞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과정을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아야 합니다. 도메인이나 주제를 가리지 않고 인턴, 수업, 책, 여행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관련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용자 경험은 사람이 중심이기 때문에, 사람으로서의 경험이 곧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Q11.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혹은 타과에서 수강하신 과목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수업이나, 학부생에게 추천하고 싶은 과목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 그 과목들이 현재나 이후 연구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함께 들려주세요!)

 

"산업공학통계"를 비롯하여 학부 2-3학년에 수강하는 모든 전공 필수 과목들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목들은 어떤 분야로 나가든 기본 소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공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인간공학설계” 수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창의적 제품 개발” 수업처럼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 협업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배운 지식들을 기반으로 직접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졸업 이후 실무로 전환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Q12. 해외 박사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학부나 국내 대학원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 외에, 미리 고민해보면 좋은 부분이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박사과정 입시에는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합격 공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연구하고 싶은지 주제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연구실 정보를 온라인으로 찾아보는 데에는 물론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교수님들이 활발하게 연구하고 계신지 최신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하여 어떤 연구실들이 있는지를 파악한 다음, 그중 어떤 주제들이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박사 과정은 학부 4년과 다르게 하나의 주제에 자신의 인생을 깊이 몰두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이 학교를 졸업하면 학위가 생긴다'는 위안만으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진정으로 궁금한 문제, 풀고 싶은 문제, 그리고 지루해하지 않고 고민할 만한 주제를 찾아야만 이 과정을 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연구를 진행할 때는 재정적인 문제도 얽혀 있기 때문에, 아무리 학생이 좋은 연구 주제를 가지고 있어도 그 연구를 지원하는 과제가 없으면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미 활발히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인 곳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정보를 얻는 통로에 있어 구글링 외에 다른 경로가 있는지, 개인적인 네트워크가 더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자면, 특정 연구실 교수님과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쌓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운이 좋게도 많은 한국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하고 있으므로, 선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연락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Q13. 현재 박사 과정 이후에 그 커리어 계획이나 혹은 목표가 있으시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저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들되, 그것을 다양한 도메인에 적용해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성향에 가장 잘 맞는 환경이 바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학계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수주해, 관심분야 내 문제를 자유롭게 설정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학계에 남아 계속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