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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PIE 44장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강필성 교수님>

2024년 PIE

by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생회 소통팀 2024. 10.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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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PIE 44장

인터뷰이: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강필성 교수님

 

Q1.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99학번 강필성입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학사를 마치고, 석박사 통합 과정을 거쳐 2010년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현대카드 CVM 기획팀에서 과장으로 근무했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글로벌 융합 산업공학과,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그리고 2024 9월부터 모교인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Q2. 현재 DSBA(Data Science Business Analytics) 랩에서 하고 계신 연구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저희 연구실의 핵심 키워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산업 데이터 분석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조업, IT,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 있죠. 주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을 도구로 사용하고요. 연구실 내에서는 데이터 종류에 따라 시계열 데이터, 자연어 데이터, 이미지 데이터 이렇게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연구하고, 이 데이터를 통합하는 멀티모달 AI도 함께 연구 중입니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예를 들어 반도체 설비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웨이퍼나 반도체 품질을 예측하거나 설비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는 연구가 있습니다. , IT 시스템에서는 사용자 로그를 분석해 외부 침입자들이 시스템을 해치거나 내부에서 중요한 정보를 빼돌리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위협 탐지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고객 리뷰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 포인트를 찾아내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죠. 단순히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Q3. PhD 이후 지금까지 현대카드와 서울대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재직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어떤 다양한 일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졸업 이후에도 일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먼저 현대카드에서는 고객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마케팅 상품이나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했습니다. 카드 사용 패턴을 보면 고객의 성향이 보이거든요. 예를 들어 20대 중후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사람들은 카드 혜택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얼마나 리워드를 많이 주느냐’, ‘어떤 할인을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반면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그런 거에 둔감합니다. 쓰던 카드 하나를 주로 쓰죠. 저 같은 사람에게는 포인트를 적립해 줘도 큰 의미가 없고, 그냥 매번 1% 할인만 해줘도 그 카드를 쓰게 됩니다. 반대로 젊은 소비자들에겐 5% 정도 적립을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요. 이렇게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마케팅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일을 했습니다.

교수가 되고 난 후에도 유사한 일을 했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와 고려대, 그리고 지금 서울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가끔 연구 결과물을 일반인에게 소개하기도 하죠. 산업공학과 인공지능을 알릴 기회가 생기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Pay it forward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되갚는 것이 아니라,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 도움을 건네주는 것이죠. 이런 마음으로 저희 연구실에서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큰 채널은 아니지만, 곧 영상이 천 개에 이를 것 같아요. 저희가 올리는 콘텐츠는 연구실 내부 세미나나 스터디, 논문 리뷰 내용들입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유는, 초기 시절 미국의 여러 유명 대학들이 무료로 공개했던 머신러닝 강의를 보며 저희가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도움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니, 저희가 배운 것들을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나누자는 의미에서 수익을 내지 않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밖에서 ‘그 연구실 유튜브 영상 잘 보고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참 뿌듯합니다. 처음엔 연구실 학생들에게 설득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커리어에 예상치 못한 기회들이 찾아오는 경험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죠.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Q4. 지금까지 연구해 오신 학술 분야인 데이터 마이닝과 산업경영공학이 각각 어떤 학문이고, 두 학문이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데이터 마이닝은 조금 오래된 용어예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 유행하던 용어죠. 대량의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지식을 찾아내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과학적 사고 방식은 3단 논법으로 대표되는 연역적 사고죠.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고로 소크라테스도 죽는다’와 같은 방식이에요. 데이터 마이닝은 이와 달리 귀납적 사고를 합니다. 여러 현상들을 관찰한 다음 그 현상을 관통하는 규칙이나 지식을 찾아내는 것이죠.

산업공학의 영어 표현은 Industrial Engineering, 그러니까 ‘산업에 대한 엔지니어링’이란 말입니다. 산업공학자는 과학자라기보다는 엔지니어에 가깝습니다. 과학은 본질적인 진실을 탐구하지만, 엔지니어링은 현실 문제를 풀어가는 도구가 가치를 갖습니다. 산업공학은 여러 산업의 문제들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학문입니다. 여기에는 최적화 같은 여러 기법들이 있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가는 것이 산업공학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데이터 마이닝 역시 산업공학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특정한 공식이나 법칙에 얽매이기보다는 현상을 관찰해 일반화할 수 있는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갖춘 사람이 돼라’는 겁니다. 명분은 뚜렷하되, 사회가 원하는 것 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금 더 상인적인 현실 감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뜻이에요. 이런 측면에서 산업공학과 데이터 마이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Q5. 데이터 마이닝은 어떤 분야에서 활용되나요? 또 데이터 마이닝을 전공하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데이터 마이닝보다는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표현을 쓰죠. 그리고 데이터 사이언스의 도구로 인공지능이나 기계 학습 방법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면 넓게 보면 데이터가 존재하는 모든 분야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의 자질과 함께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도메인의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데이터만 잘 분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데이터를 어떤 분야에 활용하고 그 분야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자신에게 재미있을지 고려해야 합니다. ‘덕업일치’라는 표현이 있죠. 좋아하는 일과 하는 일이 일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 선배님 중에 골프를 너무 좋아해서, 우리나라 누구나 아는 IT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올랐는데도 퇴사하고 골프 트레이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분이 있습니다. 너무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골프 스윙 하나에도 많은 데이터가 들어가요. 스크린으로 스윙을 찍으면 궤적, 공의 발사 각도, 스핀 방향 등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데, 이분은 골프를 워낙 좋아하니 자기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스윙을 교정하는 겁니다. 남들이 보기엔 안정적인 회사에서 퇴사하고 스타트업에 갔다고 이상하게 볼 수도 있지만, 본인은 이 일이 너무 즐거운 거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 그분은 자신의 도메인을 ‘골프’라는 구체적인 분야로 잡은 사례입니다. 이 도메인은 헬스케어나 다른 분야가 될 수도 있어요.

 

Q6.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학부 생활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산업공학의 여러 분야 중 데이터 사이언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조성준 교수님의 데이터마이닝 수업을 들어보셨나요? 저는 학부 때 조성준 교수님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산업공학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학문이에요. 학부생 때 산업공학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학문인지, 어른들에게 설명하기도 힘들었죠. 그래서 저도 방황을 했던 것 같아요. 그때 들었던 데이터마이닝 수업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가 야구를 좋아하는데, 야구에는 데이터가 정말 많습니다. 투수가 던진 공 하나가 여러 데이터를 생성하는데, 그 데이터를 통해 야구 기록을 분석하고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수업을 듣고 나서는 야구 선수 성적으로 다음 해 연봉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잘 안 되더라고요. (웃음) 사실 제가 진짜 덕업일치를 하려면 프로 야구단 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학부만으로는 산업공학자로서의 정체성이나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때 어떤 분야를 공부할지 고민하다가 조성준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게 됐고,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7. 학부 시절 하셨던 활동 중 현재의 교수님께 가장 큰 영향을 준 일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인상 깊었던 과목이나 동아리 활동, 연구 활동 등이 있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앞에 대답한 질문과도 연결되는데요, 저는 2001년부터 2002년까지 2년 동안 서울대학교 야구부 활동을 했습니다. 얼마 전 야구부가 2승을 했다고 해서 기뻤죠. 제가 뛰었던 시절에는 거의 전패했거든요. (웃음) 첫 승을 거둔 게 2004년도였습니다

제 야구부 시절 기록이 11타수 1안타로, 9 1리였는데, 1안타도 겨우 투수 옆을 지나가며 얻어낸 거였습니다. 당시 경험이 주었던 가장 큰 깨달음은, 실패와 도전을 경험하면서 삶의 변화를 맞이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여러분도 그렇겠지만, 저 또한 학생 때까지는 실패를 거의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고, 남들 눈에 잘하는 학생으로 보이면서 주목도 많이 받았죠. 그러다 보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자리 잡았고, 뭔가를 할 때 ‘정말 잘할 수 있는 일만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야구부에서의 경험이 이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엘리트 야구 선수들과, 고등학교까지 공부만 하던 제가 붙으면 당연히 지겠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야구가 너무 하고 싶었고, 프로 지망생들과 시합을 해보면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열심히 도전했고, 야구를 졸업 전에는 꼭 해보고 싶었어요.

야구부 생활을 하면서 얻은 삶의 교훈 덕분에, 대학원생 시절 제가 몸을 지치지 않게 하고 체력적으로 버티는 법을 배웠고,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엉덩이로도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오래 앉아서 집중할 수 있는 힘, 바로 그 체력과 지구력 덕분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어려운 문제에 맞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이야말로 저에게 큰 자산이 되었죠. 제가 스티브 잡스의 졸업 축사를 인용하는 이유도, connecting the dots”라는 표현이 야구부 생활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열심히 한 일이 지금 돌아보면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8. 최근에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의 교수로 오셨는데, 앞으로 서울대에서 교수님의 목표나 비전은 무엇인가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로, 모교로 돌아온 게 큰 영광이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거든요. 일단 교수로서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강의를 제공하고, 대학원생들에게 성실히 연구 지도를 하며, 기업과 사회에 산업공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일반적인 목표가 있습니다. 더불어 개인적인 목표로는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없다’라는 옛말이 주는 교훈처럼, 언젠가 제가 떠나는 날 제가 지도했던 제자들이 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러 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 인생의 진정한 목표입니다.

 

참관 Q&A

 

Q1. 데이터가 관련된 모든 직종에 진출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해 공통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있나요?

, 당연히 있습니다. 첫 번째로 코딩을 잘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내가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수죠. 두 번째는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추론 능력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GPT가 많은 것을 도와주지만, 결국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는 최적화 및 통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학부생 때는 기본적인 OR 관련 과목들과 통계 관련 과목들을 최대한 많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래밍 능력은 요즘 정말 중요해요. GPT가 많은 일을 도와주더라도, 그 코드를 읽어내고 더욱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가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GPT를 활용하라고 권장하지만, 그 결과물을 제대로 읽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Q2. 데이터 사이언스를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물리 같은 특정 분야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연구하고 싶다면 물리학을 전공해야 하는지, 아니면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하는 게 나은지 궁금합니다.

그 부분은 연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제가 산업공학과 교수지만, 정말로 물리학에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고 싶다면 물리학을 전공하는 것이 맞겠죠. 이 경우 과학자, 즉 사이언티스트가 되는 것이고요. 반면, 특정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데이터 사이언스를 도구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산업공학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도구로 쓰느냐, 그것이 목적이 되느냐에 따라 전공 선택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생회 SELF:IE 소통팀

*위의 인터뷰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OFFICIAL_SNU_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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